Search

[현장] 카누 국가대표 선발전…대중화 향해 '정직하게' 노젓는다 - 한겨레

[현장] 카누 국가대표 선발전 6인6색
한국 카누 간판 조광희
“도쿄올림픽 뒤 3일 쉬고 훈련재개
기세 살려 항저우 가는 것이 중요”

생애 두번째 국가대표 뽑힌 장상원
“힘들 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한번 더 해보자로 바꾸는게 중요”

인천아시안게임 ‘은’ 이하린
“가난해서 급식 공짜로 먹으려 시작
후배들을 위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금’ 이예린
“용선 남북 단일팀 출전 기억 강렬
여자 카누 활성화한 사람으로 남길”

대를 이어 아시안게임 도전 박주현
“국민이 결과보다 과정 주시하고
비인기종목 관심 보여 희망 커져”

온가족 운동선수 집안 오해성
“어릴 때부터 스포츠가 제일 좋아
대표팀서 어떤 발전 있을지 기대”

한 선수가 2일 경남 고성군 대가저수지에서 열린 카누 국가대표 선발전 및 제39회 전국카누선수권대회에서 카누를 어깨에 이고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경남 고성/이준희 기자
한 선수가 2일 경남 고성군 대가저수지에서 열린 카누 국가대표 선발전 및 제39회 전국카누선수권대회에서 카누를 어깨에 이고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경남 고성/이준희 기자
추적추적 비가 내린 2일 경남 고성군 대가저수지에는 수백개의 카누가 늘어서 있었다. 이날은 2021년도 카누 국가대표 선발전 및 제39회 전국카누선수권대회의 첫날. 2∼6일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모두 16명의 국가대표가 선발됐다. <한겨레>는 이들 중 6명을 만나 6인6색 이야기를 들었다.
“올림픽 끝나고 3일 휴식”…“카누는 정직한 운동”
조광희(28·울산시청)는 한국 카누 간판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 선수다. 비록 파이널A 진출은 0.160초 차이로 실패했지만,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는 그는 올림픽 뒤 단 3일을 쉬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1년 뒤 바로 열리기 때문에, 올림픽의 기세를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조광희. 대한카누연맹 제공
조광희. 대한카누연맹 제공
올림픽에선 도전자였지만, 아시안게임에선 적수가 없다. 이미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 3연패를 노린다. 그는 이날 선발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중학생 때 카누를 시작한 뒤로 “국내대회에선 1위를 놓쳐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생애 두번째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장상원(28·인천시청)은 이날 결승선을 통과하며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질렀다. 희열에 찬 목소리가 대가면 일대에 쩌렁쩌렁 울렸다. 국가대표 선발의 기쁨보다도, “작년엔 3등으로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1등으로 들어온 것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피나는 훈련 뒤의 짜릿한 희열이다.
장상원. 대한카누연맹 제공
장상원. 대한카누연맹 제공
장상원은 “카누는 정직한 운동”이라며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정직함을 카누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힘들 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만 더 해보자’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처럼 준비하면,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가능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공짜 급식’을 위해 시작했던 카누
“집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급식을 공짜로 먹으려고 시작했다”는 이하린(27·부여군청)은 삼남매를 홀로 키우는 어머니를 도와 초등학생 때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 아침엔 우유 배달, 저녁엔 목욕탕 청소를 했다. 운동을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시작이야 어찌 됐든, 그는 카누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카누를 만나고 이하린의 성공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이하린. 대한카누연맹 제공
이하린. 대한카누연맹 제공
대전에서 학교에 다닌 그는 지역 후원회 ‘운사모’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자신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 선수들을 돕는다. 운사모는 이번 올림픽에서 활약한 육상 오상혁과 펜싱 오상욱을 키워낸 곳이기도 하다. “어릴 땐 엄마를 위해 운동했지만 이젠 나를 위해 운동하고 싶다”는 그지만, “후배들을 위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는 말에선 여전히 강한 책임감이 엿보였다. 이예린(22·한체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용선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고등학생 때 전국체전 카약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던 그는 대학 초년생 시절 호기심에 용선 국가대표에 지원했다가 선발됐다.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그는 “국제대회에서 똘똘 뭉쳐 구호도 외치고 다른 나라와 경쟁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다시 국제무대를 꿈꾸는 이유다.
이예린. 대한카누연맹 제공
이예린. 대한카누연맹 제공
이예린은 모험과 도전의 스포츠인 카누와 닮았다. 카약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카누로 종목을 바꿨다. 여자 카누 인프라가 열악한 탓에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너도 같이해서 키워나가자”며 너스레를 떤다고 했다. 카약과 용선에 이어 이제 카누까지. 어디서든 최고가 되길 원하는 그는 “여자 카누를 활성화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운동은 내 운명…2세 국가대표들
박주현(26·충북카누연맹)은 아버지 박기정씨와 어머니 주성분씨가 모두 카누 국가대표 출신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에도 참가했고, 당시 박기정씨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를 이어 다시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셈이다. “부모님은 카누를 한다고 하니 반대하셨다”지만, 자신은 “자녀가 가능성이 있다면 카누를 시켜보고 싶다”고 했다. 그 정도로 카누가 재미있다.
박주현. 대한카누연맹 제공
박주현. 대한카누연맹 제공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이 결과보다도 과정을 중시하고, 비인기 종목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는 걸 보고 희망이 커졌다”고 했다. “국가대표로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특히 “ 우상혁 선수와 여자배구팀을 보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 며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오해성(22·대구동구청)도 가족이 모두 운동선수다. 아버지 오수열씨는 태권도, 어머니 김미경씨는 양궁을 했다. 동생 오정은은 사격 선수다. 피는 못 속이는지, “어릴 때부터 운동이 제일 좋았고 가장 잘했다”고 한다. 카누 국가대표 선발은 이번이 처음인데, “대표팀에서 어떤 발전이 있을지 기대된다”고 했다.
오해성. 대한카누연맹 제공
오해성. 대한카누연맹 제공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다. 국가대표 선발 소감을 묻자 “주님께 영광을 올리고 싶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처음 교회를 다녔던 중학생 때는 믿음이 없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힘든 상황을 기도로 이겨내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아시안게임에선 “더 큰 영광을 드리는 것”이 목표다.
경기장에 놓여있는 카누들. 경남 고성/이준희 기자
경기장에 놓여있는 카누들. 경남 고성/이준희 기자
한국 카누가 만들어갈 새로운 물결
이번에 선발된 국가대표는 대한체육회 승인을 거쳐 활동에 나선다.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하면 2022년 항저우 대회에 나설 수 있다. 한국 카누는 아시안게임에서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카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최근 수상스포츠 인기가 높아지며 카누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저마다 “내가 카누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도쿄에서 불어온 순풍을 타고 한국 카누의 새로운 물결을 위해 힘차게 노를 젓고 있는 그들이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대가저수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카누연맹 제공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대가저수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카누연맹 제공
경남 고성/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Adblock test (Why?)

기사 및 더 읽기 ( [현장] 카누 국가대표 선발전…대중화 향해 '정직하게' 노젓는다 - 한겨레 )
https://ift.tt/2X0hlA3
스포츠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현장] 카누 국가대표 선발전…대중화 향해 '정직하게' 노젓는다 - 한겨레"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