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올림픽, 마지막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그 영광을 ‘적지’ 일본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챔피언, 그리고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걸고 나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24명의 명단이 지난 16일 발표됐다.
김경문(62)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평균 만 나이는 28세다.
투수진의 평균 나이는 25.4세에 불과하다. 만 30세를 넘은 선수는 차우찬(34·LG) 뿐, 10대 이의리(19·KIA)를 제외하면 모두 20대다. 게다가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10명 중 6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세대교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것이 맹점이다.
반면, 야수진의 경험과 무게감은 투수진보다 낫다. 야수진의 평균 만 나이는 29.8세로, 14명 중 10명이 30대다. 김경문 감독은 투수진의 부족한 경험을 야수진의 경험과 탄탄한 수비로 메우겠다는 심산. 양의지(34·NC)와 강민호(35·삼성) 등 베테랑 포수들이 뽑힌 이유도, 수비가 좋은 오지환(31·LG), 오재일(34·삼성) 등이 발탁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베테랑이 명단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6월 타율 4할(0.419)을 기록 중인 추신수(38·SSG)와 세이브 1위(20개) 오승환(38·삼성)은 대표팀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포지션 중복. 김경문 감독은 지명타자 겸 외야수 역할에 추신수 대신 강백호(21·KT)를 택했고, 마무리 투수 자리에 오승환 대신 고우석(22·LG)를 선발했다.
타율 4할(0.409) 강백호의 승선은 누구나 예견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수비는 다른 선수들보다는 안정감이 떨어져 지명타자 역할이 제격이다. 상황에 따라 외야 수비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신수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강백호의 공격력과 활용도가 같은 역할의 추신수를 능가하기에 강백호가 이름을 올렸다.
고우석 역시 마찬가지다. 150km대 중반을 넘나드는 빠른 공에 17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이라는 호성적까지, 구속과 구위가 전성기 때보다 다소 떨어진 오승환보다는 고우석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시선이다. 베테랑의 안정감도 중요하지만 그를 능가하는 성적을 거두고 잠재력이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3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명단 구성에 논란이 있었다. 병역 면제라는 민감한 문제에, 쟁점의 중심에 있던 선수들은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명단에는 병역 관련 논란이 없다. 특정 선수가 뽑히지 못한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논란은 없다.
이번 명단에서 군 미필자는 총 6명. 2008년 베이징 때 14명의 미필 선수가 뽑힌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적은 숫자다. 이전부터 군 논란이 있는 선수들을 뽑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김 감독은 “성적을 최우선으로, 팀 균형에 맞춰 선발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최근 리그에서 불펜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강재민(24·한화)의 탈락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는 높다. 수베로 감독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고,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는 하루종일 강재민의 탈락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공격력이 좋은 정은원(21·한화)이나 최정(34·SSG), 나성범(31·NC)의 탈락도 아쉬웠다.
하지만 대표팀은 선발 투수 2명을 붙이는 ‘1+1' 전략이 이번 대회에서 더 필요할 것이라 봤다. 또 나머지 야수들의 탈락도 수비 강화 차원에서 바라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아쉬운 목소리는 있지만 논란으로까지 이어질만한 탈락은 아니었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년이 연기돼 열린다. 때문에 최종엔트리 선정에도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에이스들이 올해 부상 혹은 부진으로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투수진이 지난 시즌 예상과 괴리가 있다.
김경문 감독은 좌완투수 구창모(24·NC)의 탈락을 매우 아쉬워했다. 구창모는 지난해 전반기 13경기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이후 입은 부상으로 후반기 대부분을 쉬었고, 올 시즌에도 지난해 부상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결국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에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한 최채흥(26·삼성)도 아쉽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입은 부상에 복귀 후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며 탈락했다. 데뷔 첫해 10승(13승)으로 신인왕에 오른 소형준(19·KT) 역시 지난해였다면 바로 명단에 오를 수 있었으나, 올해 부진으로 부름을 받지 못했다.
반면, 1년 연기가 반가운 선수들도 있다. 올 시즌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원태인(21·삼성)과 김민우(25·한화), 반등에 성공한 한현희(27·키움)나 강민호가 올림픽 연기의 수혜를 받았다. 올 시즌 데뷔한 신인 이의리도 수혜를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물론 부상이나 새로운 변수로 명단이 바뀔 수는 있지만, 이대로 갈 확률이 높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 걸려있고, 코로나19 때문에 오랫동안 힘드셨던 국민들의 자존심도 걸린 대회다”라는 김 감독의 출사표대로 대표팀이 13년 전 영광을 다시 이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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