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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외계생명체 탐사의 희망이 되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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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핀 분자 발견 계기로 기대감 급상승
나사 국장 “이제 금성 우선순위에 둘 때”
금성을 향해 날아가는 탐사선 상상도. NASA JPL-Caltech 제공/네이처에서 재인용
금성을 향해 날아가는 탐사선 상상도. NASA JPL-Caltech 제공/네이처에서 재인용
수-금-지-화-목-토-천-해. 태양을 기준으로 한 태양계의 행성 배열 순서에서 금성과 화성은 지구의 양 옆에 있는 형제 행성이다. 거리도 가깝고 크기와 물리적 구조도 태양계에서 가장 지구와 닮아 있다. 조건으로 보면 둘 다 외계 생명체 후보의 1순위 천체다. 하지만 그동안 과학자들은 화성에만 주목해왔다. 현재 화성에는 6개의 우주선이 화성 하늘을 돌고 있고, 그 아래에선 2개의 로버와 착륙선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엔 3개의 탐사선(아랍에미리트, 중국, 미국)이 또 화성을 향해 출발했다. 미국은 지난 66년 동안 20개의 궤도선과 착륙선을 화성에 보냈다. 핮면 금성에는 지금껏 단 2대의 궤도선을 보냈을 뿐이다. 그것도 1989년 마젤란 궤도선을 마지막으로 이후로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현재 금성 탐사선은 일본의 아카츠키(새벽이란 뜻) 궤도선이 유일하다. 금성 탐사가 뜸했던 이유는 막대한 돈을 들여 탐사선을 보내도 고온 고압의 혹독한 환경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하는 비효율이 심했기 때문이다. 금성은 애초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1960년대에 표면 온도가 수백도에 이른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열기는 식어버렸다. 금성의 표면은 대기의 96%가 이산화탄소이고 온도가 섭씨 400도가 훨씬 넘는 데다 기압도 지구 표면의 90배(또는 수심 900미터의 기압)나 돼 생명체가 버텨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일부 과학자들은 여전히 생명체 존재의 여지를 남겨놨다. 예컨대 칼 세이건은 이미 1960년대에 풍선 같은 모양의 생명체가 금성 구름에 존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미 공동연구진이 검출한 금성 대기 중의 포스핀 분자 상상도. ESO / M. Kornmesser / L. Calçada & NASA / JPL / Caltech
영-미 공동연구진이 검출한 금성 대기 중의 포스핀 분자 상상도. ESO / M. Kornmesser / L. Calçada & NASA / JPL / Cal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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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포스핀에 기대를 거는 이유
그런데 최근 금성에서 포스핀(수소화인)이라는 물질을 발견한 영국 카디프대와 미국 MIT 공동연구진의 논문을 계기로 금성 탐사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외계생명체 찾기의 최우선 순위를 금성에 두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번에 확인한 포스핀 분자가 비생물 환경에서는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소화인(PH3)은 수소 원자 3개와 인 원자 1개로 이뤄진 물질로 생선 썩은 냄새 같은 악취가 나는 기체다. 지구에서는 주로 혐기성 생명체, 즉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의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다. 더구나 금성처럼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구성된 대기에서는 포스핀이 금세 분해되기 때문에, 이것이 검출됐다는 건 무엇인가가 이 물질을 계속 생산한다는 걸 뜻한다는 것. 또 검출량이 지구의 대기보다 1천배 이상 많은 걸 고려하면 포스핀을 강력한 바이오마커(생물지표) 후보로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핀은 목성 대기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목성은 화학적으로 포스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온도와 압력이 있어, 생명체와 관련지어 해석하지는 않고 있다. 금성의 포스핀에 기대를 거는 이유들이다.
나사 랭글리연구센터의 금성 탐사 비행선 상상도. NASA 제공
나사 랭글리연구센터의 금성 탐사 비행선 상상도.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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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억만장자, 금성 생명체 연구 지원 나서
논문이 발표된 다음날 짐 브라이든스틴 미국항공우주국(나사)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포스핀 발견은 지구밖 생명체 사례 구축에서 역대 가장 중요한 발견"라며 "나사는 약 10년 전 지구 상층대기 12만피트(36.5km)에서 미생물을 발견했는데, 이제 금성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당장 러시아의 억만자 유리 밀너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Breakthrough Initatives)가 금성 구름의 생명체 조사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기술기업가이자 벤처투자가인 밀너가 2015년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 외계생명체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1억달러를 들여 설립했다. 이 단체는 보도자료에서 "금성 대기의 포스핀 발견에 고무됐다"며 구체적으로 미국 MIT의 사라 시거 박사가 이끄는 물리학자, 천문학자, 우주생물학자, 화학자 및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을 지원 대상으로 지정했다.
1989년 발사한 미국의 마젤란 궤도탐사선이 촬영한 금성의 3차원 투시도. 나사 제공
1989년 발사한 미국의 마젤란 궤도탐사선이 촬영한 금성의 3차원 투시도.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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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피콜롬보 금성 근접통과 때 포스핀 검증 기대
`금성 전도사'를 자칭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행성과학자 폴 번(Paul Byrne)은 “포스핀이 던진 질문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금성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유일하게 금성 하늘을 돌고 있는 일본의 궤도선은 기후, 날씨 전문 관측 위성이어서 생명체 흔적 찾기와 관련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현재 수성을 향해 가고 있는 베피콜롬보(BepiColombo)에서 추가 데이터를 기대한다. 2018년에 발사한 유럽-일본의 합작 탐사선 베피콜롬보는 수성으로 가는 길에 금성을 두차례 근접통과비행(플라이바이)할 예정이다. 한 번은 올해 10월15일, 다른 한 번은 2021년 8월10일에 지나간다. 우주선 운영진은 금성을 스쳐 지나갈 때 탑재된 MERTIS(수성 복사계 및 열적외선 분광계) 장비를 이용해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을 찾아볼 계획이다. 첫번째 비행에선 우주선과 금성의 거리가 1만km가 넘지만 내년 두 번째 비행에선 금성 550km 지점까지 접근한다. 과학자들은 이 두번째 비행에서 포스핀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포스핀의 발견으로 베피콜롬보의 우주 여행이 훨씬 더 흥미진진해지게 됐다.
1970년 8월 발사된 소련의 베네라 7호. 금성 표면에서 데이터를 전송한 최초의 우주선이다. NASA 제공
1970년 8월 발사된 소련의 베네라 7호. 금성 표면에서 데이터를 전송한 최초의 우주선이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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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착륙선 국가 러시아 “금성은 러시아행성”
화성 탐사는 미국이 단연 앞서 있지만 금성 탐사를 주도해 온 나라는 옛 소련이었다. 러시아연방우주청(로스코모스) 드미트리 로고진 청장은 금성의 포스핀 발견 소식에 "러시아는 금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최초이자 유일한 나라"라며 금성은 “러시아 행성”이라고 논평했다. 최초의 금성 착륙선이라 할 베네라 7호는 1970년 뜨거운 금성 표면에서 127분을 버티면서 23분 동안 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했다. 러시아는 1960~80년대에 베네라 1~16호를 금성에 연속으로 보냈다. 러시아는 이런 많은 경험과 이를 통해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2026년 또는 2031년에 베네라D라는 이름의 착륙선과 궤도선을 다시 보낼 계획이다.
나사가 추진 중인 베리타스 궤도선 상상도. 내년 4월 계획이 최종 확정된다. 나사 제공
나사가 추진 중인 베리타스 궤도선 상상도. 내년 4월 계획이 최종 확정된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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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두 가지 금성 탐사 프로젝트 추진…내년 4월 확정
30년 동안 금성 탐사선을 보내지 않았던 미국도 오랜만에 두 가지 금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베리타스(VERITAS) 궤도선 프로젝트다. 금성의 지형과 중력, 토양 성분 등 표면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한 궤도선이다. 다른 하나는 착륙선 다빈치(DAVINCI) 프로젝트다. 착륙에 앞서 낙하산을 타고 금성 표면으로 내려가는 1시간 동안 대기 성분을 수집해 검사한다. 나사는 2021년 4월 다음 행성 탐사 프로그램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번 포스핀 발견이 최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성의 발사창(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은 약 19개월마다 열린다. 둘 중 하나가 최종적으로 선정되면 이르면 2026년 발사될 전망이다. 이밖에 가오리 모양의 궤도선 브리즈(BREEZE)도 잠재적인 탐사 후보군에 올라 있다. 이 우주선은 가오리가 가슴 지느러미를 펄럭이듯 날개를 펄럭이며 금성을 4~6일에 한 번씩 돌며 대기를 조사한다. 나사는 2018년 항공 엔지니어링업체 블랙 스위프트 테크놀로지스(Black Swift Technologies)와도 금성의 상층 대기 관측을 위한 무인 항공기 시스템 (UAS)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최근의 금성 탐사선은 유럽우주국의 금성 궤도선 비너스 익스프레(VEX)였다. 유럽 최초의 금성 탐사선인 비너스 익스프레스는 2006년 4월 금성에 도착해 극지 궤도를 돌며 9년 동안 활동하다 2014년 12월 임무를 마쳤다. 유럽우주국의 다음 계획은 금성의 지질 특성과 역사를 조사할 인비전(EnVision) 궤도 탐사선이다. 2032년 발사를 목표로 한다. 현재 활동중인 일본의 아카츠키는 2010년 5월에 발사됐으나 비행 궤도를 찾지 못하다 2015년부터 정식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
지난 8월30일 로켓랩의 첫 포톤 위성 ‘퍼스트 라이트’에서 찍은 사진. Rocket Lab 제공
지난 8월30일 로켓랩의 첫 포톤 위성 ‘퍼스트 라이트’에서 찍은 사진. Rocket La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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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2023년 탐사선 발사 예정…민간 탐사선도 추진중
가까운 미래의 금성 탐사선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인도의 슈크라얀 1호다.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는 2023년 발사한다는 계획이지만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인도와 같은 해엔 민간 차원의 금성 탐사도 추진 중이다. 뉴질랜드에 기반을 둔 소형 로켓 전문 개발업체 로켓랩(Rocket Lab)은 2023년 무게 660파운드의 소형 궤도위성 포톤(Photon)을 금성에 보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업체는 1천만~2천만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금성 탐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소 수억달러에 이르는 나사 행성탐사 프로그램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로켓랩은 포톤 위성이 시속 3만9600km로 너무 빨라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금성을 근접 통과할 때 무게 82파운드의 더 조그만 탐사선을 추가로 발사할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초당 6마일의 속도로 고도 50km 대기 속으로 날아간다. 로켓랩 대표인 피터 벡(Peter Beck)은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포스핀 발견에 관여한 MIT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사라 시거 MIT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탐사선에 적외선 분광계나 가스 분석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성 대기의 온대지역(점선 구역). Jane S. Greaves et al., 2020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성 대기의 온대지역(점선 구역). Jane S. Greaves et a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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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지하생물권, 금성은 대기생물권에 초점
생명체가 존재 가능 영역에서 화성과 금성은 대조적이다. 화성은 지하, 금성은 대기가 생물권 후보 영역이다. 화성 지하생물권과 금성 대기생물권은 추론의 전개 과정이 비슷하다. 화성의 경우 아득한 과거 두터운 대기층이 있던 시절 표면에 흐르는 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중력이 약한 화성은 대기를 잃어 버리면서 표면이 건조해지고 기온은 내려갔다. 지표수에 살았던 미생물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촉촉한 지하로 더 깊숙히 이동하는 쪽으로 진화적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가득찬 금성은 냉각이 아닌 가열을 통해 말라갔다. 이 온실효과 재앙 이전에 금성 지표수에 미생물이 있었다면, 진화적 압력은 이들을 땅속이 아닌 하늘로 올라가도록 작용했을 것이다. 고도 수십km 상공의 금성 대기는 온도는 견딜만 하고 물이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포스핀을 발견한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은 구름의 물방울에서 세포가 번식하고 이 방울이 표면으로 떨어지면서 건조한 포자가 되는 새로운 생명체 작동 모델을 상정했다. 이 포자 중 일부는 바람을 타고 다시 구름으로 올라가 물방울 속에 흡수돼 다시 번식하는 과정을 밟는다.
1975년 소련의 베네라 9호가 찍은 금성의 표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1975년 소련의 베네라 9호가 찍은 금성의 표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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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붐 일으킨 운석처럼…포스핀도 기폭제 역할할 듯
나사 행성과학자 제임스 가빈은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2020년대는 금성이 지구, 화성과 함께 멋진 거주가능 행성 3인조의 마지막 멤버로 급부상하는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사의 화성 탐사 프로그램은 1996년 화성 운석(Allan Hills 84001)에서 생명의 신호일지도 모를 물질을 찾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엄청난 추진력을 얻었다. 이 운석은 1984년 남극 대륙의 앨런 힐스 지역에서 한 지질학자가 발견한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 과학계와 우주개발 업체들이 보인 반응을 보면 금성에서의 포스핀 발견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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