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14 05:01
이 같은 당정의 움직임이 최근 진행 중인 이른바 ‘임대차 3법’ 도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전월세신고제·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 도입 법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76석을 갖고 있고, 소위 진보·좌파 정당도 이 법안 내용에 동의하고 있어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법안 통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모든 임대인(집주인)이 현재 임대사업자들과 별 차이 없는 의무를 지게 되고, 따라서 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당정의 임차시장 재편 계획이 미칠 임대주택 공급 감소, 전세금 급등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문재인 정부·더불어 민주당, 적극 장려하더니 3년만에 제말 뒤집기 나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3법’(종합부동산세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 재산세 감면, 취득세 비과세, 양도세 과세특례 등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라고 판단한 세제 관련 조항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임대사업자는 4년 또는 8년의 임대기간을 유지하고, 이 기간 임대료 상승률도 5%로 제한하는 등의 의무를 지키는 대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인 2017년 8·2 대책을 발표하면서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했다. 투기수요를 양산하는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양성화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재 임대사업자 제도가 대표적으로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지목되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좌파·시민단체들도 이렇게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자신들이 도입한 정책이어서 표면적으로 시인은 하고 있지는 않지만, 임대사업자 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들은 임대주택이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시중의 매물이 줄어들고 서울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지난 2년간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98만 가구에서 159만 가구로 크게 늘었고 등록 임대사업자 역시 26만명에서 53만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임대사업자 정책을 확대한 것”이라며 “정부가 진솔하게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정책에 따랐던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을 독려해서 그에 따랐는데 약속받은 세제 혜택도 거둬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3년 전 장관이 방송에 나와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해놓고선 이제와서 갑자기 혜택을 없앤다고 해서 당황스럽다”며 “정책이 일관성이 없으니 혼란만 키우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등록임대사업자들로 구성된 ‘등록(주택)임대사업자 협의회(가칭)’는 10일 감사원에 국토교통부의 등록임대 관리 실태에 대해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감사원 감사청구 이후 임대사업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협회 창설(가칭 임대사업자협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소급적용 논란에 대해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소급 적용 자체가 위헌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할 리가 없다”며 “과거 양성화를 위해 뒀던 특혜조항들을 모두 거둬들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임대차 3법 도입…전월세 시장 요동
이와 별도로 지난 6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골자다.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2+2년)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임대료의 증액 상한을 5%로 묶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월세 신고제 내용이 담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전월세신고제·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 사실상 등록 임대사업자를 유지하면 손해다. 일반 임대인들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차이가 없고, 임대사업자는 의무만 더 많기 때문이다.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 임대시 임대료 5% 상한 규제를 받게 된다. 전월세 신고제가 의무화되면 모든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폐지하면 다주택자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임대차 3법을 통해 세입자 주거 안정 측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주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책 도입 후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도입 직전과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전·월세 임대료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로 1989년 말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기로 한 직후 전세금은 폭등했다. KB국민은행의 전국 주택전세가격을 따르면 1989년엔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이 9~13% 내외였으나 임대차 계약기간 상향 직전인 10~12월엔 14~17%대로 높아졌다. 당시 집주인들이 2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세입자에게 요구하면서 전세금이 크게 오른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정책은 20번 넘게 나온 정책과 마찬가지로 또다른 부작용을 낳아 시장에 혼란을 주고, 주거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를 조이면 임대주택 공급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임대사업자의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황당한 대출·세금 규제로 집을 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월세 시장까지 혼란에 빠질 위험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박기홍 땅집고 기자
July 14, 2020 at 03: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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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환영^^" 혜택 퍼주던 정부, 3년 만에 입 싹 - 뉴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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