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로버 ‘퍼시비런스’ 촬영 지층 사진 분석
4월17일 촬영한 삼각주 가장자리의 급경사면 중 일부. 나사 제공
화성 예제로 충돌구(크레이터) 지역에서 탐사 활동 중인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탐사차(로버) 퍼시비런스가 과거 이곳에 홍수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지형물을 찾아냈다. 이번 발견은 퍼시비런스가 2월18일 화성 예제로 충돌구 지역에 착륙한 이후 본격 탐사활동에 들어가기 전 2~3개월 동안 촬영해서 보내온 고해상도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다. 예제로 충돌구 입구에는 37억년 전 화성에 강물이 흘렀을 당시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가파른 경사면의 삼각주 지대가 있다. 나사는 과거 생명체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곳에 퍼시비런스를 보냈다.
2월22일 촬영한 퇴적물 언덕 코디악. 나사 제공
지구 삼각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층과 같아
지난 7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분석 논문에 따르면 화성 홍수의 흔적을 보여주는 곳은 퍼시비런스로부터 북서쪽으로 2.2km 떨어진 삼각주 절벽과 남서쪽으로 비슷한 거리에 있는 퇴적물 언덕 ‘코디악’이다. 우선, 퍼시비런스의 카메라가 촬영한 코디악 사진을 보면 동쪽 면에 암석들이 켜켜이 층을 이룬 지층이 있다. 연구진은 이는 지구의 강 하류에 형성되는 삼각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프랑스 낭트대 니콜라스 맨골드 교수는 “화성에서 이렇게 잘 보존돼 있는 지층은 본 적이 없다”며 “이는 예제로에 호수와 강이 만든 삼각주가 있었음을 단번에 확인해주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삼각주 가장자리 절벽 정상에 크고작은 바위와 돌들이 보인다. 나사 제공
최고 초속 9미터 속도로 수십km 떠내려 온 바위들
나사 과학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건 북동쪽의 절벽 사진이었다. 지층의 모습은 코디악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으나 절벽과 꼭대기에 크고작은 돌과 바위가 있는 점이 달랐다. 일부 바위는 폭이 1미터가 넘고 무게는 수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맨골드 박사는 이는 삼각주의 느리고 구불구불한 물길이 나중에 홍수로 변형됐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정도의 바위를 운반하려면 시속 6~30킬로미터의 급류가 흘러야 하며, 일부는 40마일(60km) 이상 떠내려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벤저민 와이스 MIT 교수(행성과학)는 “현재 바위의 위치와 크기로 판단할 때, 최고 초속 9미터의 속도로 초당 최대 3000㎥의 물을 이동시킨 홍수에 의해 하류와 호수 바닥으로 운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디악 퇴적물 언덕(왼쪽 아래)과 삼각주 급경사면, 퍼시비런스 착륙지점(노란색 별 표시)의 위치도. 나사 제공
연구팀에 따르면 예제로 충돌구 호수의 초기에는 수위가 충돌구의 동쪽 끝 정상을 뒤덮을 정도로 높았다. 이는 궤도위성이 보낸 사진에 강물이 흘러넘친 흔적이 보인 데 따른 추정이다. 이번 발견은 여기에 덧붙여 호수의 수위가 수십미터나 크게 요동쳤음을 말해준다. 연구진은 수위 변동이 홍수 때문인지 환경 변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수위가 역대 최고였을 때보다 100미터 이상 낮았던 호수 후반기에 일어났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코디악 퇴적 지형물이 형성될 당시의 예제로 호수 수위 상상도. 빨간색은 퍼시비런스 착륙 지점. 나사 제공
앞서 나사가 중심이 된 또다른 연구진은 화성 궤도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200개 이상의 호수 범람 흔적을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 9월29일치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충돌구 호수 범람으로 만들어진 계곡의 길이는 화성 전체 계곡의 3%에 불과했지만 깊이는 다른 계곡보다 두배 이상 깊어 전체 계곡 부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나 됐다. 이는 화성 초기에 호수를 범람한 홍수가 엄청난 물과 퇴적물을 이동시키며 화성 지형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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