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믹스’의 명암
어쩌다 찬밥, 공공임대
같은 단지에 분양·임대 함께 조성
소셜믹스 도입했지만 칸막이 여전
임대 비중 OECD 8%, 한국은 6.7%
전문가 “무작위로 섞어 스며들게”
여당 “같은 동, 같은 층으로 확대”
그런데 공공임대라고 꼭 사회 취약계층만 사는 건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공공임대도 바뀌어왔다.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영구·국민임대주택’은 물론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서울시가 시프트(Shift)라는 이름으로 공급한 ‘장기전세주택’ 등이 모두 공공임대다. 5·10년 임대한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주택도 공공임대 범주에 들어 있지만, 분양한다는 측면에선 일반적인 공공임대와는 거리가 좀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는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소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이라는 꼭대기에 오를 수 있게 도와주는 주거 사다리”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소셜믹스는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공임대를 한 동(棟)에 모아 분양주택과 공공임대를 확연히 분리한 재개발 아파트가 적지 않다. 지난 6월 세종시 한 아파트에선 일부 주민이 ‘공공임대가 포함된 학군으로 분류돼 아파트 이미지 저하가 우려된다’는 유인물을 붙여 비난을 샀다. 학부모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휴거(옛 대한주택공사의 공공임대 브랜드 휴먼시아에 거지를 합성한 말)’나 ‘엘거(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에 사는 거지)’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인다. 물리적으로는 섞였을지 몰라도 화학적으로는 여전히 칸막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부가 8·4 주택 공급 대책에서 서울 마포구, 경기도 과천시 등지에 대규모 공공임대를 건설하겠다고 하자 이 지역 자치단체장·국회의원·주민할 것 없이 반발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공임대 기피 풍토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믹스를 더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욱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동과 동 구분으로 무늬만 섞는 방식 말고, 무작위로 섞어 어느 집이 공공임대인지 모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김진애 의원도 최근 “같은 동, 같은 층으로 소셜믹스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위례신도시, 의왕 고천에 소셜믹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공공임대 범위를 더 넓히자는 제안도 나온다. 그동안의 공공임대가 ‘주거복지’ 차원이었다면, 앞으론 오른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산층의 ‘주거안전망’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중산층으로까지 공공임대 입주자를 확대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일반 주거지에 녹아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급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개발회사 대표는 “분양주택이든 공공임대든 일정 수준의 주택이 들어서면 도로 등 기반시설도 확충해야 하는데, 정부는 기반시설 확충 없이 무조건 공공임대를 짓겠다고 한다”며 “그러니 교통난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이 공공임대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August 14, 2020 at 10:30PM
https://ift.tt/3g088LZ
'주거 사다리' 공공임대, 중산층도 끌리는 인프라 확충이 답 - 중앙일보
https://ift.tt/2XVIHWb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주거 사다리' 공공임대, 중산층도 끌리는 인프라 확충이 답 - 중앙일보"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