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주택 정책 혼선
“서울 도심에 지속적인 신호 줘야”
박 전 시장 장례 이후 ‘해제 띄우기’
사실상 가능한 곳은 서초·강남 정도
‘군데군데’ 소규모 개발땐 효과 의문
그린벨트(greenbelt)는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띠를 형성하고 있는 녹지대로, 개발제한구역으로도 불린다. 정부는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서울 도심 접근성이 좋은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수도권 3기 신도시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보는 것이다. 서울시의 그린벨트는 총 150.25㎢로, 서울 전체 면적의 25%에 이르는 것도 정부가 탐내는 이유다. 특히 서초·강남구에 많다.
문제는 서울시의 반대 입장이다. 박 전 시장이 2018년 강조했던 것처럼 그린벨트는 가장 마지막에 쓸 카드로 남겨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무분별하게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건 아니다. 그린벨트는 1~5등급으로 나뉘는데,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그린벨트라도 녹지가 훼손돼 이미 비닐하우스촌 등이 들어선 곳이 적지 않다”며 “그린벨트를 통해 서울 도심에서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리는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른바 ‘로또 아파트’ 논란도 서울시의 반대 이유 중 하나였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주택 공급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로또 아파트 논란을 일으키며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임대주택보다는 분양가가 강남 도심보다 60% 이상 저렴한 분양 아파트를 대거 지었기 때문이다. 강남구 세곡보금자리지구에서 2009년 분양한 세곡푸르지오(옛 LH푸르지오) 아파트 84㎡형은 당시 분양가가 3억4000만원 정도였는데, 현재 14억원을 호가한다.
정부는 서울시가 계속 반대하면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 해제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관련법상 실제로 가능한 얘기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한국대토개발 최순웅 대표는 “교통이나 생활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해야 하고, 주거 선호도 등을 따졌을 때 개발할 만한 곳은 서초·강남구 일대가 유력하다”며 “은평이나 강북·도봉구 등지도 그린벨트 면적이 넓지만 산이 많은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최근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 등지의 부동산중개업소엔 매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강남권은 함부로 손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강남권을 정조준한 규제를 쏟아내 놓고 ‘강남 신도시’를 조성하면 되레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주택개발업체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한다면 여러 곳으로 쪼개진 소규모 개발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처럼 분양 아파트를 60% 이상 짓기도 곤란하다. 상당부분을 신혼부부나 청년 등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 임대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분양 물량은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주택’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임대주택을 대거 들이면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5일 그린벨트를 풀자고 해놓고, 하루 만인 16일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군데군데 소규모 임대주택을 지어봐야 주택 공급 효과는 얻지 못하고 ‘박 전 시장이 없는 틈을 타서 빈집을 털었다’는 비난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선 서울·수도권 군 골프장을 개발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재차 확인한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서울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할 전망이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July 17, 2020 at 10:3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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